문화
구민이 주인되는 행복도시 중구
- 자갈치 꼼장어, 수정상회에서 처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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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3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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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홍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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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업의 중구이야기(104) 자갈치 꼼장어골목

냉동 보관해 먹거리로 개발
일반적으로 `먹장어'를 부산사람들은 유난히 강한 어투로 `꼼장어'라 부른다. 모양도 특이하며 턱이 없고 눈이 퇴화되고 입주위에 4쌍의 수염이 나있어 어찌 보면 징그럽기까지 하다. 수컷 한 마리에 암컷이 백 마리나 되는 불규칙적인 성비(性比)를 이루는, 몸 안에 수컷의 성소와 암컷의 난소를 함께 지닌 암수 두 생식기를 지녔기에 가장 강한 우두머리 꼼장어가 수컷 역할을 자연스럽게 하는 바다생물이다. 그러나 꼼장어는 강한 생명력을 지닌 고기라서 우리의 활력을 돋우는 강장식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뱀장어는 강에서 바다로 산란하러 가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은 채 움직일 정도로 생명력이 강해 많은 사람들은 `바다가 주는 보약'과도 같은 먹거리로 생각하게 된 것이리라.
이런 꼼장어를 한여름 맛볼 수 있는 고기로 냉동 보관하는 등 자갈치 대표 먹거리로 변화 개발한 것은 자갈치시장 `수정상회' 주순자(朱順子·76) 씨의 기발한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1970년 자갈치어패류조합 건물이 들어서던 무렵, 갓 결혼한 스물세 살의 어린 새댁(주순자)이 친정에서 물려받은 좌판하나 달랑 들고 자갈치시장에 나왔다. 텃세 심한 자갈치에서 "고기 사이소"라는 소리가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는, 경남 하동 태생의 새댁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고민 끝에 사람들이 징그럽다고 외면하지만 희소가치가 큰 `꼼장어 판매'에 눈을 돌렸다. 생김새 때문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으며, 당시만 해도 사고파는 사람도, 바다에서 잡아오는 사람도 많지 않은 생소한 꼼장어로 장사의 승부를 걸었던 것이다.
예상은 적중하여 고기잡이배에 특별히 주문해서 잡아온 꼼장어는 시장바닥에 펼쳐놓기가 바쁘게 팔려나갔다. 성공이었다. 꼼장어를 철삿줄에 꿰면서 날카로운 철사에 수없이 베이고 찔려, 손에서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장사했다. 동갑내기 남편을 마흔에 먼저 여의고도 철부지 다섯 남매와 시부모를 모시기 위해 이를 악물고 꼼장어 장사에만 매달렸다. 가게 이름도 첫딸 이름을 따서 `수정상회'라 했다. 자갈치 활어시장 중앙열 동쪽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 아래에 위치한 수정상회 주변으로 경조상회, 농심상회, 하나우산 등 꼼장어만 전문 취급하는 점포들이 늘어났다. 그러나 50여 년을 한결같이 건강하게 장사하던 주순자 씨는 지난해에 아프다고 병원에 입원한 후 쾌차하지 못하고 올해 2월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수정상회는 딸(강수정·52)이 물려받았다. 어머니의 30∼40년 지기 김희자(67) 씨 등이 오랜 경험으로 가게 일을 돕고 있어 든든하단다.
`꼼장어 구이'는 기장의 짚풀구이로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때 부산시청의 영도다리 시절에는 시청 주변에 대형 꼼장어구이점이 성행했으나 시청 옮겨간 후 롯데가 이 일대를 관리하면서 모두들 떠나고 흩어졌다. 그리고 남포동 자갈치 해안로에 꼼장어골목이 길게 터를 잡았다. 자갈치바닥의 꼼장어골목엔 하동쌀시장이 들어섰던 뱃머리 일원이었다. 하동장에서 배로 실려온 때깔 좋은 쌀시장 주변에 난장일 듯 꼼장어구이 장수들이 들어섰다. 판때기에 목판 걸치고 긴 나무 의자 놓고 시작했다. 하동 쌀 시장이 없어지고 바다를 매축한 자리엔 꼼장어구이 집이 길게 늘어져서 자리를 잡은 것이 오늘의 꼼장어골목이다. 모두들 탁자 4개 놓으면 꽉 차버리는 좁은 한 칸 가게에 꼼장어 수조와 연탄화덕, 미니주방들을 설비하여 자갈치의 또 다른 별미 골목을 형성하고 있다.
꼼장어골목 7번 `순옥이집'의 고광덕(81) 할매도 벌써 50년이 되었다. 막내딸 이름으로 상호 짓고 자갈치에서 꼼장어 굽는 구수한 냄새를 풍기면서 세월을 낚았다. 초창기의 자갈치 아지매들이 그러하듯 몸으로 막아온 바닷바람과 모진세월로 허리 등이 불편해 요즈음엔 첫딸(김현미·56)이 15년째 어머니 일을 돕고 있다. 아니 이젠 엄마손님보다 단골이 더 많아졌다.
꿈틀거리는 꼼장어에 양파, 홍당무, 마늘 등 갖은양념으로 버무려 굽어내는 `엄마표 꼼장어'에 식객들이 몰려든다. 꼼장어 특유의 굽는 냄새에 참지 못한 고객의 독촉이 성화같다.
문의:부산民문화원 255-5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