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구민이 주인되는 행복도시 중구
- 마음의 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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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7 호
- 조회수 : 296
- 작성자 : 홍보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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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담쟁이에게
벼랑은 깎아지를수록 즐겁다
바람에 떠밀려
낭패를 본 이들을 향해
위의 것을 살피면서
한걸음씩 나아간다면
기어이 푸르게
절망을 덮을 수 있을 것이다
담쟁이 넝쿨 흥얼거리며
담벼락을 넘어가고 있다
경남 합천 출생. 1985년 `월간문학' 신인상, 부산문화방송 신인문예상으로 등단. 시집 `사람이 되려고', `다시 별 그리기', `사인 탑승' 등.
담쟁이는 천 길 낭떠러지의 `벼랑'을 보면 오히려 즐겁다. 도전의식이 새록새록 넘쳐흐르는, 앞서가는 자의 발걸음과 다름 아니다. 담쟁이에게는 `바람에 떠밀려' 벼랑 앞에 선 이들이, 마치 `길을 잃은 어린 양'과 같은 존재로 보인다. 이들에게 담쟁이는, 한 걸음씩 `제 갈 길'로 나아간다면 절망의 나락 또한 `푸른 희망의 잎사귀로 뒤덮을 수 있다'고 속삭인다.
다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지난해의 아쉬움과 후회, 또는 절망의 시간을 보낸 이라면, 이 불편한 기억들을 `작년'이라는 단어 속에 묻어버리고 싶을 터이다. 이럴 때 한 발 한 발 `절망의 벼랑을 기어오르며', 기어이 `담벼락을 넘고야 마는' 담쟁이 넝쿨의 전언을 문득 떠올려 보는 것도 좋겠다. 최원준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