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토박이-보수동 이 태 헌 씨
지난해 중구토박이로 선정된 보수동 사시는 이태헌(82세·사진 왼쪽) 어르신을 만났다. 환하게 웃는 얼굴에 행복이 묻어나는 이태헌 어르신은 28세에 경남여고 출신 손윤자(75세·사진 오른쪽) 여사와 결혼하여 슬하에 3남1녀를 두었다.
그는 "태어난 이후 줄곧 시내와 시장 가깝고 공기 좋은 부산 중구에 살고 있다"며 "보수동 대림아파트 주변이 일제강점기 때는 농장이었는데, 당시 선친께서 농장관리인으로 부임하면서 사하구 괴정에서 이사를 와서 나를 낳았다"고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그는 1960년 남부산세무서(충무동 로터리 소재, 지금은 사라지고 없음)에 7년간 근무했다. 재직 당시 청렴하고 올곧은 성품으로 정평이 나있던 그는 대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어서 고민 끝에 세무서를 그만두었다. 취미생활로 우표와 기념주화를 수집해 놓은 것을 밑천으로 기념주화와 우표를 파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가 처음 연 가게는 부산은행(부평동지점) 건너편에 있었다. 이후 자리를 옮겨 기독교백화점, 유나백화점, 부산백화점 등에서 영업을 계속했으며, 70세쯤 가게를 정리했다.
부부가 함께 즐거운 노후를 보내고 있는 이태헌 어르신은 "살아오면서 가장 보람된 일은 장남이 대학 다니던 시절, 학교에서 과 수석 성적우수 장학금과 ROTC 장학금 중 선택하라는 전화가 왔을 때라며, 성적우수 장학금을 선택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는 "5남매의 장남과 4자녀의 아버지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억척같이 30년 간 쉬지 않고 매점을 혼자 운영하며 집안일을 해온 부인의 도움이 매우 컸다"며 "고맙소, 앞으로 더 잘해줄게…"라며 수줍은 듯 말했다.
그가 태어난 집은 1968년 단층집으로 지었다가 1995년 다시 2층집으로 증축하여 지금껏 살고 있다. 그는 "부모가 잘못되면 자식이 고통 받는다"며 "절대 이혼만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미자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