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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강좌② 한울 노동연구소 하종강 소장의 노동과 꿈
  • 작성일 : 2001-12-09 11:06:00
  • 조회수 : 280
  • 작성자 : 나이스중구

정보화 사회의 노동자

정보화 사회를 한번 찬찬히 들여다보자. 지금의 고숙련 노동자들은 누구인가? 석사.박사 학위 노동자, 영화를 포함한 멀티미디어 산업 종사자, 언론 노동자, 금융 노동자 등이 그들이다. 정보화 사회는 이러한 고숙련, 고학력 노동자의 대량 수요를 창출하는데, 이러한 고숙련.고학력 노동자들의 특권은 점차 빠른 속도로 소멸되고 있다. 독립된 공간에서 혼자 일하는 것처럼 보이는 노동자를 Pan Opticon System (`전감시체제' 또는 `범감시체제')은 거의 완벽하게 통제한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를 샅샅이 견학하고 온 어느 학생 녀석이 쓴 기행문에 보니까 이런 표현이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가 보니, 직원 한 사람당 사무실 한 개씩 사용하고 있더라.” 한없이 자유롭게 일하는 듯 보이나, 빌 게이츠는 한국에 와 있는 동안에도 컴퓨터 통신망을 이용하여 미국 본사 말단 사원의 업무까지 철저하게 통제할 수 있었다지 않은가? 사무직이든 생산직이든, 두뇌 노동자이든 육체 노동자이든, 지식 노동자이든 손 노동자이든 글자 그대로 노동 과정 전체가 `유리처럼 투명한 공장'이 되는 것이다. 반도체 칩으로 상징되는 정보화 사회의 새로운 기술이 그것을 더욱 가능하게 할 것이다. 외국 유수 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은 직원들의 얼굴이 슬로우 컷으로 차례차례 등장하는 어느 대기업의 이미지 광고가 있었다. `그런 훌륭한 인재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우수한 기업'이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 대외적 효과와 `그렇게 우수한 두뇌들이 자기들의 삶을 그 회사에서 펼치기로 했다면 꽤 괜찮은 기업일 것'이라는 자부심을 그룹 내에 심어주는 대내적 효과 역시 상당했을 것이다. 3대 재벌에 속했던 그 그룹은 결국 IMF 국면을 돌파하지 못한 채 해체되었다. 그 광고를 좀 다른 측면에서 보자. 박사 학위를 받은 그들도 분명히 `노동자'이다. “교직은 신성한 것인데, 교사가 어떻게 노동자냐?”고 하면서 `전교조'를 절대로 합법화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대통령 시절 YS의 발언은 무식의 소치여서 부끄러울 따름이니 그냥 빨리 잊자. 전문직 노동자, 두뇌 노동자, 지식 노동자, 화이트칼라, 소수 특권층 노동자 등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도 자신의 노동력 상품을 판매한 임금에 의지해 생활하는 노동자라는 것이다. 말이 나왔으니, 우선 교육 노동자에 대해 얘기해 보자. `신성한 교직'이라고 불리웠던 교사들을 마치 “빵 공장에서 빵을 생산하는 노동자와 똑 같이 취급하기 시작한” 교육부의 정책에서도 우리는 그 역사적 과정을 보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 가졌던 알량한 특권마저 빠른 속도로 상실하는 이 땅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새로운 노동운동의 희망을 보는 것이다. 1999년 7월 1일에야 합법화되었지만 `전교조'는 그동안 합법적 지위 여부와 무관하게 우리 역사 속에서 노동조합으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훌륭하게 감당해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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