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개국 244편, 10월 2일∼10일 남포동 해운대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영화제의 하나로 자리잡은 부산국제영화제가 8회째의 축제를 10월 2일부터 10일까지 9일간 남포동과 해운대 일대에서 화려한 막을 올린다. 남포동 대영시네마 3개관, 부산극장 3개관과 해운대 메가박스 10개관, 수영만 야외상영관 등 총17개관에서 영화의 바다로 인도한다.
올해 상영작 규모는 부산국제영화제 사상 최대로 아시아와 유럽, 미주 등 60개국 244편의 보석처럼 빛나는 작품이 관객과 만남을 가진다.
개막작 `도플갱어'
도플갱어'(doppelganger)는 제목 그대로 자신의 분신과 만나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일본의 쿠로사와 키요시 감독의 작품이다.
환자용 로봇의자를 개발하는 하야사키는 어느 날 자신의 분신을 만난다. 자신보다 훨씬 거칠지만 자유로운 분신과 기묘한 공존을 통해 주인공은 자신이 미쳐 몰랐던 자아의 새로운 면을 발견해 간다.
인간존재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
폐막작 `아카시아'
`여고괴담'으로 한국영화계의 호러 전통을 되살린 박기형 감독의 세번째 작품.
기괴한 형상의 아카시아 나무들을 교차시키며 끝 모를 불안을 빚어내는 연출력이 탁월하다.
결혼 10년이 넘도록 아이가 없는 가정에 소년이 입양하면서 벌어지는 공포를 다뤘다.
안식처를 박탈당한 소년의 비극으로 읽을 수도 있고, 중산층 가정의 추악한 내면을 그린 사회성 드라마로 볼 수 있는 문제작.
아시아 영화인상 `모흐센 마흐말바프'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The Asian Filmmaker of the Year)'은 제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새롭게 신설된 상으로 지난 한해동안 아시아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아시아 영화인을 선정,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상이다. 영예의 제1회 수상자는 이란 영화계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에게 돌아갔다.
현재 이란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널리 알려진 그는 2001년 아프가니스탄의 참혹한 현실을 다룬 `칸다하르'로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어린이 교육과 문화재건 운동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특별전
10월2일부터 10일까지 상영될 특별 프로그램(Special Program in Focus)으로는 중국독립영화, 아프가니스탄 특별전이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이란 뉴 시네마를 이끈 작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던 시인이자 영화 감독이었던 '포루흐 파로허저드'의 작품세계를 되돌아보는 시간도 관객을 설레게 한다.
해마다 열기 더하는 PPP
아시아 영화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개최되고 있는 PPP(Pusan Promotion Plan)와 NDIF(New Directors In Focus)는 신인들에게는 영화 제작의 기회를, 기존의 명망 있는 감독들에게는 명성을 드높일 수 있는 생산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PPP는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5일부터 7일까지 열리며 10개국 28작품이 출품되어 있다. 영화의 바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에 대한 열정과 풍성함과 다양함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행운을 기대해 본다.
아시아 영화의 창
`아시아 영화의 창'에는 종교·내전·빈곤 등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은 이란의 사미라 마흐말바프 감독은 `오후 5시'에서 탈레반 몰락 이후 아프가니스탄의 혼돈을 다루었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가린 누그로호 감독은 `새 인간 이야기'에서 인도네시아 파푸아 지방의 독립운동을 뛰어난 영상미로 그렸다. 로카르노영화제 대상을 차지한 파키스탄의 사비하 수마르 감독은 `침묵의 물'에서 종교 때문에 빚어진 여성의 억압을 보여주고 있다.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호평을 받은 대만 차이밍량 감독의 `안녕, 용문객잔', 이란 파르비즈 샤흐바지 감독의 `긴 한숨' 등 사라져가는 문화를 아쉬워하는 영화들도 눈에 띈다.
새로운 물결 `독립영화' 돋보여
젊은 영화인들을 통해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조망할 수 있는 `새로운 물결'에는 올해 특히 독립영화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6년에 걸쳐 완성한 중국 양푸동 감독의 `백생천당'은 일상에서 삶의 가치를 건져올리며, 아프가니스탄의 세디그 바르막 감독은 `오사마'에서 탈레반 정권의 여성 학대를 고발한다. 싱가폴 로이스탄 탄의 `15'는 기성세대에 대한 청소년 세대의 저항을, 이란 알리레자 아미니의 `광산에 내리는 진눈깨비'는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의 근원적 고독을 그리고 있다.
월드 시네마
44개국 49편의 출품작을 모은 `월드 시네마'에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 피터 그리너웨이의 `털시 루퍼의 가방', 미카엘 하네케의 `늑대의 시간' 등 거장들의 신작이 수두룩하다. 또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차지한 마이클 윈터버텀의 `인 디스 월드', 파트리스 셰로의 `그의 형제',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의 `아버지와 아들', 거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 등이 눈길을 끈다.
한국영화 회고전
올해부터 독립된 `한국영화 회고전'에는 액션영화를 개척한 정창화 감독의 `죽음의 다섯손가락' `나그네 검객 황금 108관' `황혼의 검객' 등 9편이 소개된다. 이 가운데 정 감독이 홍콩에서 만든 `죽음의 다섯손가락'은 홍콩영화 최초로 미국에 수출돼 1973년 전미 흥행 10위권에 들었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