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구민이 주인되는 행복도시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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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홍 아동문학가, 용두산문학상 수상 ( 578호 )
부산중구문인협회(회장 오선자)는 용두산문학상을 제정해 제1회 수상자로 강기홍(87·사진) 아동문학가를 선정했다. 용두산문학상은 최근 2년간 〈중구문학〉에 발표된 작품 또는 작품집을 대상으로 했다. 강기홍 작가의 수상 작품집은 지난 9월에 발간된 아카이브집 〈황혼의 추억〉이다.
용두산문학상은 부산 중구 지역 문화 부흥의 일환으로, 그 문학적 가치를 일깨우고 이어가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이 상은 부산중구문인협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시작해, 앞으로 회원작품상과 별도의 전국 공모제로 확대할 계획이다.
강 작가는 1965년부터 교사로서 남성초등학교에서만 봉직하다 퇴직했다. 동화책으로는 〈개구쟁이〉, 〈하얀 새둥지〉, 〈종이학 사랑〉, 〈집 나온 점돌이〉가 있다. 시상식은 11월 29일 오후 4시 중구청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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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 여여한 모임 ( 578호 )
1992년 봄이었다. 시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간암 판정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향년 59세의 나이로 세상을 달리하신 것이다. 대부분 집에서 장례를 치르던 시절이었다.
전화를 걸자마자 장의사가 왔다. 장의사는 장례식에 필요한 장례 물품과 장례 일정에 대해 친절하게 상담, 일을 신속하게 처리해 주었다. "밥 세 그릇과 나물 세 가지를 준비하십시오. 밥은 시신을 보지 않은 사람이 해야 합니다."
장례 지도사가 사잣밥을 준비하라고 했다.
정말 난감했다. 집엔 임종을 지킨 사람뿐이라 사잣밥을 할 사람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동네 아주머니를 찾아가서 부탁했던 그 순간이 오래도록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 모임을 만들자.'
결혼한 이후로 어떤 모임도 안 하던 내가 286 컴퓨터 앞에 앉았다.
〈맏며느리 회원 모집〉
뜻이 있는 분은 연락 바랍니다
-자격요건-
1. 영주 2동에 거주하는 맏며느리여야 함
2. 삼 대가 한집에 살고 있어야 함
연락처:051)***-****
에이(A)4 용지에 프린트를 대여섯 장 해서 눈에 잘 띄는 동네 전봇대에 붙였다. 그리하여 6명의 맏며느리가 모였다. 맏며느리 모임의 취지는 회원의 시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조의금을 전달하고, 상갓집의 일을 도와주는 게 목적이었다.
그런데 이 모임이 마치 부적이라도 되는 듯이 처음 10여 년 동안은 돌아가시는 분이 한 분도 없었고, 시어머니 시아버지의 칠순, 팔순, 시누이 시동생의 결혼식만 있었다.
설날엔 마을회관에 모여서 떡국을 끓여 어르신들께 세배하고, 서울에서 결혼식을 하는 회원이 있으면 관광버스 안에서 하객들에게 일사불란하게 잔치 음식을 나눠드리기도 했다. 동네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 어디서건 팔을 걷어붙였다. 제사가 끝난 다음날엔 동네 어르신을 모셔서 제사음식을 대접하고, 거동 못 하는 어르신에게는 쟁반에 담아서 갖다 드렸다. 누구네 숟가락이 몇 개인지 누구네 제사가 언제인지를 알 정도로 가깝게 지냈던 시절이었다.
맏며느리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였지만, 마구잡이로 시댁 흉을 보거나 힘들고 속상한 일을 쏟아내지 않았다.
"한 동네 살아서 다 아는 이야기를 이 좋은 날 말해 뭐해?"
우리는 속상한 이야기나 속 터지는 말보다는 엉뚱한 소리를 하거나 어디서 주워들은 유머를 말하며 와하하! 웃곤 했다.
맏며느리 회원들도 이제 이순(耳順)이 다 넘었다.
1994년 4월에 시작한 맏며느리 모임은 올해로 30주년을 맞아 내년 3월에 3박 5일 하롱베이 여행을 추진 중이다. 이 모임엔 회장이 없다. 2년에 한 번씩 돌아가며 맡는 총무만 있다.
소박하나 빈곤하지 않고, 흰 머리와 잔주름이 늘어가는 만큼 마음의 여유를 찾는 우리 맏며느리 회는 아직 여여(如如)하다.
황미숙
동화작가, 작사가
동화책 『아빠는 쓰기 대장』 『손가락만 까딱하면』
그림책 『토끼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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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의 뜨락 - 부처님은 얼마나 복잡하실까? ( 578호 )
아침 일찍이 속썩여 곪은 내 속내를 하소연 하러 통도사 부처님께 가는 길이다.
지하철 노포동 종점서 내려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 신평행 노선 34, 35번으로 가니 두 노선이 다 휑하니 비어 있다. 줄을 서서 기다린다. 세 번째로∼
따사로운 햇살이 머리 위로 살포시 내려앉으나 머리칼에 와 닿는 바람은 아직은 싸하다.
버스가 언제 오려나 하고 생각하던 차에 35번 노선으로 신평행 버스가 들어온다.
얼른 올라타 운전사 바로 뒷좌석에 자리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신평 정류소까지 22분 만에 도착했다.
숨 고를 새도 없이 누가 잡아끌기라도 하듯 바쁘게 산문에 도착해 부처님께 삼배 올리고 `무풍 한솔 길'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바랑을 맨 내 또래 아낙이 나를 추월하더니, 잠시 후 신발 깔창에 박힌 쇠굽이 땅바닥에 닿을 때마다 딱딱거려 신경을 거스르게 하는 아낙이 또 나를 추월한다. 아마 나보다 훨씬 더 다급한 사연이 있나 보다.
`무풍 한솔 길'에 다다르자, 수문장처럼 양쪽에 떡 버티고 선 우람한 숲의 나무들이 "어서 오라고 잘 왔다"고 나를 반긴다.
난 내 속내를 들킨 양 머뭇머뭇하다 무풍 한솔 숲에도 삼배를 드린다.
다 늙어 속썩일 일이 뭐 있냐고 물으면 말하기 좀 창피하고 껄끄러운, 그냥 그런 게 좀 있다. 그럴 거다.
일주문을 지나 사리탑으로 가 맨땅에 삼배하니 적멸보궁 법당에서 사시 예불 올리는 소리가 들린다.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돴 하지만, 오늘 난 염불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냥 부처님만 만나 뵈러 온 거다.
내 오른 어깨를 사리탑 쪽으로 향하게 해 양 사방 모서리와 중앙에 다다를 때마다 부처님께 삼배 올리며 사리탑을 돌다 보니 심란하던 마음이 한결 수월해졌다. 영롱한 맑은 햇살이 사리탑에 쫙 드리운다.
사리탑을 돌면서 보는 적멸보궁 대웅전은 어찌나 아름답던지∼!
사리탑을 세 바퀴 돌고 나서 부처님 앞에 삼배하고 일단 퇴장했다 다시 들어와 사리탑을 돌면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니 사리탑 봉사 요원이 제재한다.
사리탑을 나와 전각마다 삼배하고 통도사 절 마당의 모든 전각을 사진 찍기로 맘먹고 우선 공양간으로 가 점심 공양을 간단히 마친 다음 맨 위쪽의 대광명전부터 차례로 사진을 찍을 셈이다.
통도사 절 마당을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어느새 부처님은 너른 품으로 내 속상함을 다 받아주시어 아침나절의 속상함은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뭇 중생의 소원을 다 들어줘야 하는 부처님은 얼마나 복잡하실까?
"부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부처님"
차일수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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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계단문화관 생활문화축제, 함께 놀자 ( 578호 )
11월 28일까지 작품 전시
제7회 40계단문화관 생활문화축제가 11월 21일부터 28일까지 40계단문화관 생활문화센터와 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40계단문화관 생활문화축제는 2016년 시작해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고 있다. 각자 따로 배웠지만 성과는 여럿과 나누자는 의미의 `함께 놀자'라는 주제로 열린다. 문화·예술 동호회와 생활문화센터 문화강좌 수강생들이 한 해 동안 배우고 익힌 성과를 공유하고 뽐낸다.
11월 23일 구청 대회의실에서 생활문화센터 문화강좌 라인댄스, 드럼교실, 성악교실 수강생들의 발표회가 선보여 큰 박수를 받았다. 우리소리 `오롯'과 하모니카 동아리팀의 공연도 펼쳐졌다.
또한 사진, 연필스케치, 닥종이공예, 생활공예 4개 분야의 다양한 작품이 11월 21일부터 28일까지 40계단문화관 생활문화센터 다목적실(6층)에서 전시된다. 문의:문화관광과 600-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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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 콘서트, 용두산 물들이다 ( 578호 )
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낭만 콘서트' 가 11월 16일 용두산공원 특설무대에서 열려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참여 구민과 관광객들이 추억과 낭만 가득한 음악 선율에 흠뻑 취해 짙어가는 가을밤을 즐겼다.
콘서트 시작 전에 선보인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학생들의 대금 연주가 참석자들의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줬다.
`바다에 누워'로 유명한 1985년 대학가요제 출신인 높은음자리 김장수 씨의 노래를 시작으로 파워풀한 음색으로 친숙한 재즈곡을 선보이는 `위나밴드'의 무대가 용두산을 들썩이게 했다. `러브'를 함께 합창하며 재즈음악에 사로잡혔다. 이어 가을 산사와 어우러지는 남성 불교중창단 `무루인 중창단'의 `푸니쿨리 푸니쿨라', `오 솔레 미오'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지막 무대로 서정적인 곡으로 유명한 4인조 포크록밴드 `동물원'의 무대가 펼쳐졌다. 두둥실 뜬 보름달과 가을 밤바람, 추억과 사랑, 노래가 어우러져 과거로의 낭만 여행을 선사했다. `거리에서', `널 사랑하겠어', `혜화동', `변해가네' 노래가 이어졌고, 아쉬움에 `앵콜, 앵콜∼'을 외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펴졌다. 마지막 곡으로 `일어나' 노래를 모두가 함께 서서 부르며 깊어가는 가을과 낭만을 즐긴 멋진 콘서트였다.
- 사진으로 만나는 그때 & 지금 ( 578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