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구민이 주인되는 행복도시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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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으로 만나는 그때 & 지금 ( 57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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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의 뜨락 - 관심과 간섭 ( 571호 )
갑자기 기침이 난다. 춥지도 않은데 이른 시간이라 그런가. 계속되는 기침에 앞서가던 청년이 뒤를 돌아보더니 길 가장자리로 몸을 비켜나며 담뱃불을 끈다. 조금 미안하다. 보도블록 틈을 비집고 나온 노란 민들레가 아침 이슬에 더욱 환한 얼굴로 쳐다보고 있다.
기관지가 약해졌는지 뛰어가서 버스를 타면 어김없이 또 기침이 난다. 앞자리 아주머니는 소리 나지 않게 가만히 차창을 닫아준다. 참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이렇게 우리는 알게 모르게 누군가의 관심 속에 살아가고 있다.
간혹 관심과 간섭을 혼돈하는 경우가 있다. 관심은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 그런 마음이나 주의"이고 간섭은 "직접 관계가 없는 남의 일에 부당하게 참견함"이라고 국어사전에 기록돼 있다. 누구나 관심은 받고 싶어 하면서도 간섭은 싫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모임에서 상대방의 머리 모양이나 옷차림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간섭하는 친구가 있다. "파마가 왜 그래? 옷 색깔도 이상하고…"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에 기를 세운다. 기분 나쁠 정도의 간섭을 해 놓고는 막상 상대방이 서운해하면 "다 관심이 있으니까 그러는 것"이라고 돌려막기를 해버리고 만다.
반대로 "오늘 참 피부가 고와보입니다. 무슨 좋은 일 있으신가요?" 정도의 칭찬으로 다가간다면 마음은 저절로 열려 친근한 사이가 되고 배려 받는 사람의 피부는 더 고와지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 간섭과 관심은 상대에게 마음을 두고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기는 하다. 관심이 없다면 간섭조차도 하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조용한 관심으로 바라만 보아도 좋을 것을 조금 과해 간섭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직접적인 상관이 없을 때에는 구태여 드러내어 지적을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다만 진심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한테는 따로 대화를 하지 않더라도 다정하게 바라봐 주거나 손만 잡아준다고 해도 충분한 위안이 될 것이다.
이 말을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는 하지 말아야 되고, 이일을 할까 말까 할 때는 해야 한다고 했다. 상대방의 상황도 잘 모르면서 별 생각 없이, 또는 약간의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상대의 가슴에 상처를 주게 되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남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어느 친구의 이야기이다. 초등학교 5학년인 손녀가 공부는 하지 않고 게임에만 몰두 하길래 "어떻게 할라고 게임만 그렇게 하나? 나중에 뭐가 될래?" 했더니 손녀는 "할머니는 관심 끊으세요! 내 인생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하더란다. 인생이 뭔지 이 나이까지 살아온 나도 잘 모르겠는데 지가 어떻게 인생을 알겠냐며 쓴웃음으로 허탈해했단다. 손녀가 할머니의 관심 어린 한마디를 여지없이 간섭으로 몰아 부친 경우다.
우리 부산 말이 사투리 자체는 예쁠 수도 있지만, 나이든 사람들의 억센 억양에 뚝배기 깨지는 소리가 날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아무리 목청을 가다듬어 관심 어린 이야기를 해도 상대가 들을 때는 쓸데없는 간섭으로 들릴 수 있다.
식물에게도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해주면 관심 갖지 않는 것보다 더 잘 자란다고 한다. 이게 바로 농작물이 주인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과 상통하는 것일 게다. 귀 없는 식물이 발자국 소리를 어떻게 알랴만은 주인은 올 때마다 그냥 왔다 가지는 않는다. 둘러보며 잡초라도 뽑아주고 사랑스런 손길로 물꼬라도 다독여 놓고 간다. 식물도 이러한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임에야.
우리가 만나는 이 중에는 매일 만나는 동네 사람도 많지만 어쩌다 만나는 낯선 이웃들도 있다. 누구나 관심 있는 시선에는 웃는 얼굴로 대하고 간섭하려는 상대는 멀리하려고 들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럴 때 상대를 탓하기 보다는 나를 먼저 생각해 보고 내 안에서 답을 찾아내야 한다.
좋은 물에 고기가 많이 모이지만 너무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못한다고 한다. 관심이 있는 곳에는 배려가 따르기 마련이지만 그 관심이 간섭으로 바뀐다면 좋은 사이가 될 수는 없다. 반대로 간섭이 약간의 방향만 바꾸어도 관심이 될 수 있고 그것은 곧 배려의 싹으로 돋아날 수 있다. 이 배려의 싹은 자라서 온정과 사랑으로 피어 날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지역, 면적이 크지도 인구가 많지도 않은 아담한 우리동네. 군데군데 봄꽃들이 만개했다. 이 봄에 관심의 꽃도 골목마다 피어 그 향내가 우리 가슴을 설레게 하기를∼.
김숙희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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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마당 - 깡마른 여인의 속눈썹 ( 571호 )

이른 새벽
가슴이 날려 버린 바람
처마 끝에 매달린 꽃잎 고드름의 눈물이다
부러진 우듬지
흐트러지는 동백꽃은
칼바람으로 붉은 적삼에 휘둘리는
휘광으로 태어난다
엉겨 붙은 실타래 바람
옷섶을 풀어헤치고 후빈 가슴에
꽃술을 뭉개어 빚은 빙벽을 높인다
목젖을 조여 가는 숨 막힘
애기 울음소리 귀청 맴돌고
커피 잔을 든 여인의 가녀린 손끝 떨림
소소히 일으키는 찬바람에
따순 원두 몇 알을 남긴다
가만가만 춤추던 검은 김은
하얗게 직선으로 소리 없이 사라졌다
빈 잔에 홀로 뜬 외눈박이
깡마른 여인의 속눈썹
얼어붙은 심장
사회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그리고 AI(인간자동로봇)로 급변하고 있다.
첨예한 대립, 예민한 감정 속에 숨 막히도록 바뀌는 초침.
사유의 개념은 저만치 두고 가슴이 서늘하도록 싸늘한 세상이 되었다.
찻잔의 김마저 바람 불어도 직선으로 올라가야 한다.
차가움이 녹아내렸다 다시 얼어붙는 시간의 공간. 인간은 깡말라가고 있다. 소소한 떨림도 용서치 않는 각박함 속에서도 찻잔에 드리운 태양이 그나마 따스함을 준다.
언제쯤 올까 깔깔거리는 아기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정 효 모
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부산소설인협회 회장
부산시인협회 회원
소설 6권, 시집 5권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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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공원에서 그림 그리며 `반나절 소풍 ( 571호 )
10월까지 드로잉 피크닉 프로그램
남궁산·이철수 작품 컬러링키트꽃이 활짝 핀 민주공원, 그 푸르름 속에서 자연을 즐길 수 있는 `반나절풍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4월∼6월, 9월∼10월까지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소장 작품을 활용한 드로잉 피크닉 세트를 대여해 즐길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참가 희망일 5일∼30일 이전부터 부산 민주공원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월요일과 휴관일, 우천 시에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는다.
성인이 포함된 개인 또는 단체를 대상으로 하며, 참가자에게는 테이블, 돗자리, 담요, 블루투스 스피커, 핸드카트, 컬러링키트, 클립보드, 미술도구, 트레이가 제공된다. 물품 대여는 민주항쟁기념관 늘펼쳐보임방(상설전시실)에서 할 수 있다.
남궁산 작가의 작품 `진달래 산천', `엉겅퀴야', `꽃과 소녀', `까치밥'과 이철수 작가의 작품 `윤회 2'의 컬러링페이퍼를 제공한다.
남궁산 작가는 민중미술 계열 판화가로, `생명'을 주제로 자연과 계절의 다채로운 풍경을 표현한 판화를 선보여 `생명 판화가'로 불리기도 한다. 작품 `엉겅퀴야'는 진달래와 함께 민중을 상징하는 엉겅퀴를 바탕으로 통일을 바라는 민중들의 바람을 담았다.
이철수 작가는 오윤, 홍성담, 김봉준과 함께 활동한 민중판화가 1세대다. 사람살이 속에 깃든 선(禪)과 영성에 관심을 쏟아 심오한 영적 세계와 예술혼이 어우러진 절묘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 `윤회 2'는 나무에 달린 열매를 먹고 나무를 낳고 있는 새의 모습을 통해 서로에 기대어 사는 우리의 삶을 표현했다.
문의:민주공원 790-7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