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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의 뜨락 - 부처님은 얼마나 복잡하실까?
  • 578 호
  • 조회수 : 71
  • 작성자 : 홍보교육과

 아침 일찍이 속썩여 곪은 내 속내를 하소연 하러 통도사 부처님께 가는 길이다.
 지하철 노포동 종점서 내려 시외버스 터미널로 가 신평행 노선 34, 35번으로 가니 두 노선이 다 휑하니 비어 있다. 줄을 서서 기다린다. 세 번째로∼ 
 따사로운 햇살이 머리 위로 살포시 내려앉으나 머리칼에 와 닿는 바람은 아직은 싸하다. 
 버스가 언제 오려나 하고 생각하던 차에 35번 노선으로 신평행 버스가 들어온다. 
 얼른 올라타 운전사 바로 뒷좌석에 자리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신평 정류소까지 22분 만에 도착했다.
 숨 고를 새도 없이 누가 잡아끌기라도 하듯 바쁘게 산문에 도착해 부처님께 삼배 올리고 `무풍 한솔 길'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바랑을 맨 내 또래 아낙이 나를 추월하더니, 잠시 후 신발 깔창에 박힌 쇠굽이 땅바닥에 닿을 때마다 딱딱거려 신경을 거스르게 하는 아낙이 또 나를 추월한다. 아마 나보다 훨씬 더 다급한 사연이 있나 보다. 
 `무풍 한솔 길'에 다다르자, 수문장처럼 양쪽에 떡 버티고 선 우람한 숲의 나무들이 "어서 오라고 잘 왔다"고 나를 반긴다. 
 난 내 속내를 들킨 양 머뭇머뭇하다 무풍 한솔 숲에도 삼배를 드린다. 
 다 늙어 속썩일 일이 뭐 있냐고 물으면 말하기 좀 창피하고 껄끄러운, 그냥 그런 게 좀 있다. 그럴 거다. 
 일주문을 지나 사리탑으로 가 맨땅에 삼배하니 적멸보궁 법당에서 사시 예불 올리는 소리가 들린다. 
 `지심귀명례(至心歸命禮)돴 하지만, 오늘 난 염불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냥 부처님만 만나 뵈러 온 거다. 
 내 오른 어깨를 사리탑 쪽으로 향하게 해 양 사방 모서리와 중앙에 다다를 때마다 부처님께 삼배 올리며 사리탑을 돌다 보니 심란하던 마음이 한결 수월해졌다. 영롱한 맑은 햇살이 사리탑에 쫙 드리운다. 
 사리탑을 돌면서 보는 적멸보궁 대웅전은 어찌나 아름답던지∼! 
 사리탑을 세 바퀴 돌고 나서 부처님 앞에 삼배하고 일단 퇴장했다 다시 들어와 사리탑을 돌면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니 사리탑 봉사 요원이 제재한다.
 사리탑을 나와 전각마다 삼배하고 통도사 절 마당의 모든 전각을 사진 찍기로 맘먹고 우선 공양간으로 가 점심 공양을 간단히 마친 다음 맨 위쪽의 대광명전부터 차례로 사진을 찍을 셈이다.
 통도사 절 마당을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어느새 부처님은 너른 품으로 내 속상함을 다 받아주시어 아침나절의 속상함은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뭇 중생의 소원을 다 들어줘야 하는 부처님은 얼마나 복잡하실까?
 "부처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부처님"

  차일수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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