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구민이 주인되는 행복도시 중구
- 명예기자의 뜨락 - 나의 작은 숲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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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65 호
- 조회수 : 52
- 작성자 : 홍보교육과
바삭거리는 시월의 아침을 열고 어제와 다름없는 하루를 시작했다. 극심했던 불볕더위와 연이은 태풍, 그리고 유례없는 폭우로 낯이 서지 않았던지 여름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그 틈을 타 언제 왔는지 가을이 턱을 괴고 창틀에 내려앉았다. 삐딱한 지구가 예쁜 까닭이다.
우울증 환자가 백만 명이 넘었다는 아침 뉴스에 괜스레 무거워진 마음. 명절 끝이라 몸도 마음도 착 가라앉은 게 혹시 나도? 울적한 기분을 핑계로 집 뒤, 민주공원으로 향했다. 처진 기분을 끌어올리기엔 무작정 걷는 것이 최고다. 그것도 도심 속 보기 드문 작은 숲을 배경으로 살짝살짝 허리를 돌리듯 에움길을 따라, 길게 자리 잡은 민주공원 산책로. `마흔의 중턱쯤이었을까' 이곳이 좋아졌던 이유와 한 살씩 나이 듦이 편해졌던 시기가.
산책로를 엄호하듯 길게 늘어선 메타쉐콰이어와 상록수의 기세에 괜스레 든든해지고, 어느새 걸음걸이에 익숙한 힘이 들어간다. 나의 중년과 늘 함께해 온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 적당한 절제와 어느 날 무심히 당도해버린 예순의 나이에 당황해하지 않을 여유를 가르쳐준 곳. 가끔 오늘같이 우울한 날이면, 걸을 때 조금 더 다리에 힘을 주고 속도를 올려보라는 팁도 이곳에서 배웠지. 더러는 아무런 생각 없이, 더러는 끊임없이 내가 내게 말을 건네며 무작정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가끔은 사는 게 버거워 힘들다며 구시렁거릴 땐 `이 시간을 잘 넘기면 그곳엔 반드시 지혜라는 씨앗이 싹을 틔울 거'란 위로와 토닥임도 잊지 않고 따라왔다.
밥통 꽂는 것을 깜빡하고 잤어도 이젠 아침에 당황하지 않는다. 휴대폰을 집에 두고 버스를 탔어도 허둥대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슈퍼에 내려가면 햇반도 있고 휴대폰 하루쯤 없어도 별 걱정할 일 아니더라. 순간 놀라서 얼어붙은 자세와 `어쩌지'를 연거푸 삼키며 가슴 콩닥거렸던, 세상 큰일 날 것 같았던 시간들. 그 시간들에 `지혜'라는 씨앗을 뿌려주고 싹을 틔우고 키우는 과정도 함께 해 왔던 이곳.
여유와 멈춤이 늘 함께 하듯이 사색과 산책 또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어떤 이유로 이곳에 왔던, 산책로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얻어지는 사색과 자기성찰의 시간은 `덤'이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 중, 더러는 나처럼 그 `덤'으로 차곡차곡 성장하며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지 않았을까.
어제와 다름없이 그 길을 걸을 수 있어 다행이다. 계절이 바뀌는 신선한 바람 냄새를 뒤로 하고 산책로의 끝과 끝을 잇는 사람들. 산책로의 시작이 끝이고 끝나는 곳이 또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들의 삶과 닮은 모습이다.
`걷기'가 열풍인 요즘, 현실이 우울하다면 공원 속 산책로에서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를 발견해 보면 어떨까.

최애숙 명예기자
우울증 환자가 백만 명이 넘었다는 아침 뉴스에 괜스레 무거워진 마음. 명절 끝이라 몸도 마음도 착 가라앉은 게 혹시 나도? 울적한 기분을 핑계로 집 뒤, 민주공원으로 향했다. 처진 기분을 끌어올리기엔 무작정 걷는 것이 최고다. 그것도 도심 속 보기 드문 작은 숲을 배경으로 살짝살짝 허리를 돌리듯 에움길을 따라, 길게 자리 잡은 민주공원 산책로. `마흔의 중턱쯤이었을까' 이곳이 좋아졌던 이유와 한 살씩 나이 듦이 편해졌던 시기가.
산책로를 엄호하듯 길게 늘어선 메타쉐콰이어와 상록수의 기세에 괜스레 든든해지고, 어느새 걸음걸이에 익숙한 힘이 들어간다. 나의 중년과 늘 함께해 온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 적당한 절제와 어느 날 무심히 당도해버린 예순의 나이에 당황해하지 않을 여유를 가르쳐준 곳. 가끔 오늘같이 우울한 날이면, 걸을 때 조금 더 다리에 힘을 주고 속도를 올려보라는 팁도 이곳에서 배웠지. 더러는 아무런 생각 없이, 더러는 끊임없이 내가 내게 말을 건네며 무작정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가끔은 사는 게 버거워 힘들다며 구시렁거릴 땐 `이 시간을 잘 넘기면 그곳엔 반드시 지혜라는 씨앗이 싹을 틔울 거'란 위로와 토닥임도 잊지 않고 따라왔다.
밥통 꽂는 것을 깜빡하고 잤어도 이젠 아침에 당황하지 않는다. 휴대폰을 집에 두고 버스를 탔어도 허둥대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슈퍼에 내려가면 햇반도 있고 휴대폰 하루쯤 없어도 별 걱정할 일 아니더라. 순간 놀라서 얼어붙은 자세와 `어쩌지'를 연거푸 삼키며 가슴 콩닥거렸던, 세상 큰일 날 것 같았던 시간들. 그 시간들에 `지혜'라는 씨앗을 뿌려주고 싹을 틔우고 키우는 과정도 함께 해 왔던 이곳.
여유와 멈춤이 늘 함께 하듯이 사색과 산책 또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어떤 이유로 이곳에 왔던, 산책로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얻어지는 사색과 자기성찰의 시간은 `덤'이다. 이 길을 걷는 사람들 중, 더러는 나처럼 그 `덤'으로 차곡차곡 성장하며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지 않았을까.
어제와 다름없이 그 길을 걸을 수 있어 다행이다. 계절이 바뀌는 신선한 바람 냄새를 뒤로 하고 산책로의 끝과 끝을 잇는 사람들. 산책로의 시작이 끝이고 끝나는 곳이 또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들의 삶과 닮은 모습이다.
`걷기'가 열풍인 요즘, 현실이 우울하다면 공원 속 산책로에서 나만의 `리틀 포레스트'를 발견해 보면 어떨까.

최애숙 명예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