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
한 열흘 대장장이가 두드려 만든
초승달 칼날이
만사 다 빗장 지르고 터벅터벅 돌아가는
내 가슴살을 스윽 벤다
누구든 함부로 기울면 이렇게 된다고
피 닦은 수건을 우리 집 뒷산에 걸었다
경남 창녕 출생. 198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아직 쭈그리고 앉은 사람이 있다', `야성은 빛나다', `찔러 본다'. `금정산을 보냈다' 외 다수. 산문집 `동백꽃 붉고 시린 눈물' 외 다수. 백석문학상, 최계락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수상.
노을이 진다는 것은 `오늘의 하루'를 마무리 하고 `새로운 내일'을 위해 준비하라는 `자연의 표식'이다. 그러나 지나온 하루가 힘들었던 사람들은 가끔 이 노을을 `새로운 날의 도래'가 아닌 `지나간 날의 종말'로 본다. 그리하여 세상 다 산 사람처럼 마음의 빗장을 지르고 돌아앉는 것이다.
하루가 저문다고 세상이 끝나는 게 아니듯, 노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절망의 오늘을 산 이들에게 역동의 희망을 일깨워 주는 상징 같은 것이다. 이것을 알려주기 위해 만월로 벼린 초승달이, 사람의 가슴을 칼날처럼 스윽 베어낸다. 그리고는 붉디붉은 노을을 피 닦은 수건처럼 사람마을의 뒷산에 걸어두어 경계케 하는 것이다.
최원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