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동안의 노력 끝에 얻은 결과라면 아이들의 얼굴표정과 말투였다. 다시금 웃음을 잃지 않고, 복지관이나 집에서 만나게 되면 장난도 치고, 자신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사회복지사로 첫발을 내딛고 중구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을 한지도 3년이 되어 간다. 그동안 중구 관내에 독거어르신, 한부모, 조손가정 등 흔히 말하는 결손가정을 만났었다. 도저히 사람이 살아 갈 수 없을 만큼의 환경에서 삶을 영위해 가는 어르신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꿈을 접고 술로 세월을 보내는 사람도 만나게 된다.
이런 찰나에 영진(가명)이와의 만남은 그동안 만나왔던 가정들과 별반 다름없는 가정 중의 하나였다. 어머니는 오래전 가출 후 아버지와 합의 이혼 하고 그 뒤 연락이 두절되었고,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야간업소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삼남매의 그늘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아버지가 일하러 나간 저녁부터 아침까지 아이들끼리 시간을 보내야 하니 아이들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온 집안에 널브러진 옷가지들과 싱크대에 가득한 설거지거리, 부패한 음식물 쓰레기 등은 이 아이들의 현재생활을 여실 없이 보여주었다. 처음 현관문을 열었을 때 아이들의 표정도 잊을 수 없었다. 아이의 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의 차가운 시선과 낯선 이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들을 느낄 수 있었다. 일반 가정의 아이들이었다면,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하고, 웃음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어야 할 아이들인데, 삼남매의 얼굴에서는 삶에 대한 무게감을 벌써부터 느끼는 듯한 얼굴들이었다. 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웃는 모습을 다시 찾아 줄까? 희망과 사랑을 어떻게 가르쳐 줘야할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아버지를 만나 상담도 하고, 아이들의 집에 매일 방문하여, 도시락을 챙겨주면서,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깊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1여년의 시간이 지난 뒤 아이들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상황에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아버지의 모습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고, 아이들의 학교생활과 집안환경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였다. 2년 동안의 노력 끝에 얻은 결과라면 아이들의 얼굴표정과 말투였다. 다시금 웃음을 잃지 않고, 복지관이나 집에서 만나게 되면 장난도 치고, 자신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영진(가명)이가 스승의 날 편지를 한 통 보내왔다. 그것을 읽는 순간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벅찬 감동을 느꼈다. 감사하다는 이 아이들의 글에 나 역시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의 마음이 나에게 사랑의 선물이었으며, 감동의 시작이었다. 앞으로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갈 때 힘든 일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 험난한 고비를 만날 때 마다 좌절하지 않고, 꼿꼿이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길 기도한다.
중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조현덕
위 사례는 주민생활지원 서비스체계 개편이후 자립의욕이 강하나 복합적인 가정문제를 가진 가구를 선정하여 복지 전문가, 민간기관, 의료보건기관, 공무원 등이 함께 참여, 문제해결을 위한 능동적 지원을 해주는 프로그램으로 결실을 맺은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