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의 이야기이니 까마득한 옛날의 일이다.
어느 무덥던 여름날, 선생님은 우리들을 데리고 시원한 나무 밑으로 가셨다. 조그만 산골 학교에서 여선생님은 유일하게 우리 1학년의 박원주 선생님뿐이었다.
그날도 선생님은 우리들을 나무 그늘에 앉히고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던 이야기는 코흘리개 1학년들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이야기 중에서도 압권은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이야기였다. 말로 그려내는 장면 묘사력이 얼마나 훌륭하셨던지 도둑들이 훔친 보물들을 싣고 사막 가운데로 말을 달려오는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가 말 달리는 장면이 나오면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박원주 선생님이 들려주시던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속의 뽀오얀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말 달리는 그 장면이 먼저 떠오르곤 한다.
그날 저녁 잠을 자면서 낮에 들었던 그 이야기를 할머니께 들려드렸다. 할머니께서는 못 들어보셨던 이야기라며 그렇게 재미있어할 수가 없었다.
우리가 2학년이 될 무렵 선생님은 먼 학교로 전근을 가셨다. 선생님께서 전근을 가시는 것도 서운한 일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전근을 가시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도 함께 가지고 가셨기 때문에 그 서운함은 더 컸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시면서 지금까지 들려주셨던 이야기가 모두 책 속에 있으니 책을 열심히 읽으라고 하셨다. 그 때부터 나는 책읽기를 좋아하게 되었다. 나의 독서 습관은 선생님께서 전근을 가시면서 내게 주신 값진 선물이었다.
오늘날 내가 초등학교 선생이 되고, 국어교육을 전공하게 된 것도 초등학교 시절 박원주 선생님의 이야기 덕분이다. 어릴 적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사족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세상이 바뀌어 우리 주변에는 읽을 것도 많고 볼 것도 많아졌다. 읽을 것이 너무 많아 어떤 것을 읽을 지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무엇이 공부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린이들은 공부에 억눌려 책읽기를 멀리하고, 전자게임이나 인터넷 오락에 정신이 팔려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눈을 들어 조금만 멀리 내다보면 책 읽는 습관을 몸에 붙이지 않거나 바른 독서 습관으로 배경 지식을 넓히지 않고서는 발전적인 학습이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산으로 단풍놀이 떠나듯 가족이 함께 도서관으로 소풍을 가면 어떨까. 부산에는 훌륭한 도서관도 많고, 특히 우리 중구의 중앙도서관은 정말 좋은 도서관이다.
독서는 모든 공부의 시작이요 마무리이다. 우리 남성초등학교의 도서관인 `가온누리'에는 이런 문구가 걸려 있다. A Reader is a Leader, 독서하는 사람이 곧 리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