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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잔소리
  • 384 호
  • 조회수 : 298
  • 작성자 : 나이스중구

 "엄마 또 잔소리. 매일 듣는 것도 지겨워… 다른 엄마들은 안 그러는데. 에이 그냥 칵 ○○○○○!!"  며칠전 아이 방 청소를 하다가 방바닥에서 우연히 발견한 종이쪽지를 보고 기절할 뻔 했다. 볼펜으로 열심히 지운 낙서였지만 그 속에 흘러간 글씨를 꼼꼼히 읽어보니 "에이 그냥 칵 ○○○○○! "이라는 대목에서 숨이 멎는 듯 했다. "혹시 `죽어버릴까' 이런 말이 아니었을까"하는 글 같아서 들고 있던 진공청소기 손잡이를 방바닥에 떨구고 말았다. 모두 제 녀석 잘되라고 한두 마디 한 건데 그게 잔소리로 들렸다고? 서운하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했다. 오늘도 집에 돌아와 두세 시간 꼼짝 않고 PC앞에서 죽치고 있는 아이.  그러나 당분간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평소 같으면 "너 공부는 안하고 뭐하냐?"고 닦달을 하고도 남았겠지만 부글부글 끓는 속을 억누르며 참기로 했다.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는 속담이 있다. 몸의 상처야 치료하면 그만이지만 마음의 상처는 엎질러진 물 같아서 두고두고 아물지 않은 채 가슴 깊은 곳에서 평생의 생채기로 남을 수 있음을 일컫는 말이다.  며칠전 모 대학교의 사회복지관에서 하는 강의를 들으러 갔다. 청소년기 자녀들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데 자녀들이 불행하길 바라는 부모는 결코 없지만, 불행하게 만드는 부모는 적지 않다는 강사님의 말이 귀에 쏙 박혔다. 그동안 아이에게 했던 말들이 내 딴에는 `사랑의 가르침'이었지만 아이가 받아들이기엔 `마음의 상처를 주는 잔소리'로만 켜켜이 쌓이진 않았는지 돌이켜 봤다.  앞으로는 아이를 믿어주고, 실수를 하면 위로해 주기로 했다. 또 지치지 않도록 격려해 줄 것이다. 특별히 격려할 것이 없다면 만들어 내서라도 격려해 주기로 했다.  그리고 잔소리를 하지 않는 대신 내게 잘 할 수 있는지 보여 달라고 하리라. 아이를 믿고 아이의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들 것이다.  오늘 아이에게 과일을 갖다주며 표정을 살폈더니 이 녀석 하는 말 "엄마, 요즘 좋은 일 있어? 엄마가 매일 웃으니까 기분이 좋아. 헤헤" 동광동 박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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