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광장

구민이 주인되는 행복도시 중구

피서지에서 생긴 일
  • 359 호
  • 조회수 : 155
  • 작성자 : 나이스중구

 4년전 8월 초순 우리 가족은 피서로 남해의 상주 해수욕장을 찾았다.  많은 피서객들은 형형색색의 파라솔 아래에서 또는 넓은 바다에서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가볍게 챙긴 짐이었지만 부모님 손만으로는 부족해 우리 아이들까지 들고 메고, 뜨거운 모래를 밟으며 짐을 이동했다.  좋은 자리에 개인적으로 파라솔을 치지 못하는 것을 우리는 맨 뒤에 파라솔을 펴고 비치의자를 펼쳐 놓았다.  그리고 곧바로 해수욕복으로 갈아입고 시원한 바닷물에 뛰어들어 더위를 식히며 좋아했다. 한참 바닷물에 들어가 수영을 하다보니 허기가 져서 더 이상 바다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먹거리 생각 밖에 나지 않았다.  그런데 도로 옆 포장마차에는 핫도그, 코코넛, 오징어튀김, 당면튀김 등이 있었다. 식사 대용으로 하기엔 느끼하고 빈손으로 가면 허전할 것 같아 튀김을 조금 사면서 아주머니에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을 물어 보았다.  아주머니는 중국집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며 배달해 준다고 했다. 전화를 해 자장면 4인분을 시켰다.  혹시 찾지 못할까봐 튀김집 아주머니네 상호이름까지 알려 주고 거기서 곧바로 내려와 파란색 파라솔이란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런데 나와서 보니 파란색 파라솔이 한둘이 아니었다.  20분쯤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자장면 시키신 분!"이라는 카랑카랑하고 굵은 목소리의 아주 낯익은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고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와르르 웃어대기 시작했다.  그 짤막한 코멘트는 CF의 한 장면인데 그것을 백사장에서 실제로 들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배달원이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를 호기심 반 재미 반으로 지켜보는 것이었다. 순간 당황한 나는 나도 모르게 마음을 바꾸어 버렸다. 자장면을 주문한 장본인이 내가 아닌 척 딴청을 피웠던 것이다.  하얀 상의에 철가방을 든 배달원은 자장면 주인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나는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과 재미있다고 웃는 소리만 느낄 뿐이었다. 그 때 등 돌리고 앉아 있던 내게로 누군가 다가오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자장면 시키셨어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깜짝 놀랐고 얼굴 근육까지 덜덜 떨렸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아니오"란 대답이 새어 나왔다.  저 많은 시선에 대고 내가 자장면을 시켰다고는 도저히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씁쓸한 표정으로 뒤돌아서는 자장면 배달원을 보내며 미안한 마음이 나의 뇌리를 스쳐왔다. 미안한 마음과 비겁한 마음이 뒤범벅되어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 때 어른스런 마음의 용감함이 내게 조금만 있었더라면 그렇게 자장면 배달원을 그냥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만약 지금 만나면 그 범인의 실체가 바로 나고, 그땐 정말 미안했다고 자장면 배달원에게 말하고 싶다.  `역시 인간은 누구나 죄(?) 짓고는 못 사는 모양이다.' 보수동 우향화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