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구민이 주인되는 행복도시 중구

마음의 자락
  • 작성일 : 2018-07-27 14:16:26
  • 조회수 : 79
  • 작성자 : 홍보교육과

                     산동네 가는 길
                                              유병근

어깨 기우뚱한 팻말을 지나 지붕과 지붕 맞닿은 골목을 지나 한낮에도 어둠이 짙은 뒤란을 지나 삐걱거리는 삽짝을 지나 어쩌면 어깨를 터는 돌담을 지나 무청 시래기 시들한 바람을 지나 바람 속에 서 있는 바지랑대를 지나 바스락바스락 부딪치는 자갈돌을 지나 호롱불 같은 이름의 초승달을 지나 초승달에 기우는 귀뚜라미를 지나 밤톨이 툭 떨어지는 언덕을 지나 달 뜨는 쪽인지 달 지는 쪽인지 어둡게 흔들리는 무릎을 지나



경남 통영 생. 1954년 `신작품' 시동인, 197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연안집', `엔지세상', `어깨에 쌓인 무게는 털지 않는다' 등. 최계락문학상, 부산시문화상, 부산시인협회상 등 수상.

산동네는 서민들의 삶이 집약되고 응축되어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고향을 등진 타지의 이주민이나 어쩌다보니 실패한 인생들이, 모든 것 내려놓고 힘들게 다시 시작하는 공간. 그래서 모든 것이 성에 차지는 않지만, 이러구러 살다보니 태생의 고향 품에 앉긴 듯 마음 편하고 안온한 곳이 산동네이다.
때문에 산동네 가는 길은 조금 힘들고, 조금 불편하고, 조금 부족한 그들의 삶과 닮았다. 마을 어귀 동네를 가리키는 팻말도 기우뚱하고 삐걱거리는 삽짝과 어둠이 짙은 뒤란, 무청 시래기 같은 시들한 바람 맞으며 바스락바스락 부딪치는 자갈길을 지나는 길이다,
그 길로 가다보면 호롱불 같은 초승달이 뜨고, 귀뚜라미와 밤톨 떨어지는 언덕배기를 지나 우리네 산동네집이 나온다. 무릎을 베든 무릎 밑에 앉건 편안하게 몸을 뉘일 우리네 집이, 불빛 깜빡이며 맞이하는 것이다.  최원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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