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구민이 주인되는 행복도시 중구

마음의 자락 - 서녘
  • 작성일 :
  • 조회수 : 140
  • 작성자 : 나이스중구

김남조 

 사람아  아무려면 어때  땅 위에 그림자 눕듯이  그림자 위에 바람 엎디듯이  바람 위에 검은 강  밤이면 어때  안 보이면 어때  바다 밑 더 파이고  물이 한참 불어난들  하늘 위 그 하늘에,  기러기떼 끼럭끼럭 날아가거나  혹여는 날아옴이  안 보이면 어때  이별이면 어때  해와 달이 따로 가면 어때  못 만나면 어때  한 가지 서녘으로  서녘으로  잠기는 걸  약력:1927년 경북 대구 출생, 1948년 〈연합신문〉에 〈잔상〉,을 발표하며 등단.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 숙명여대 명예교수, 대한민국문화예술상, 국민훈장모란장, 대한민국예술원상 등 다수 수상. 『목숨』 『평안을 위하여』 『희망학습』 비롯 시집 16권, 『아름다운 사람들』 『생각하는 불꽃』 『사랑 후에 남은 사랑』 비롯 시집 12권이 있음.  한해가 저뭅니다. 얼마나 많은 분노와 절망과 견딤이 우리를 에워쌌는지요. 또 얼마나 많은 희망과 환성이 스쳐갔는지요. 겨울나무를 봅니다. 나무는 이맘때면 늘 우리에게 스승이 됩니다. 잎새를 떨군 빈 가지들만이 아니라, 세모가 되면 자연도 사물도 우리가 마주치는 그 모든 눈빛이 다 스승이 됩니다. 새로운 지혜로 고마운 인연으로 다가오는 것이지요. 서녘은 지혜의 상징입니다. 일몰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볼 수밖에 없지요. 과연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서쪽은 예부터 서방정토, 곧 결국 우리가 돌아가야 할 영원의 고향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서방정토도 곧 우리 마음에 있음을 불교는 가르칩니다. 서에서 동으로 나오고 동에서 서로 돌아가는 것이니 동과 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다 마음의 일인 거지요.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중입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결국 이별하고 맙니다. 그렇지만 그러하기에 이 지상에서는 나와 다른 것들을 품을 수 있어야 합니다. 전혀 맞지 않는 것들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꾸 분열시킬 게 아니라, 자꾸 화해시키는 애씀이 필요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숙제이지요. 아무러면 어떨까요. 내가 그를 사랑하는데. 김수우/시인, 백년어서원대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