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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자락 - 달팽이집이 있는 골목
  • 작성일 : 2012-12-03 16:49:02
  • 조회수 : 150
  • 작성자 : 나이스중구

고 영

   내 귓속에는 막다른 골목이 있고,  사람 사는 세상에서 밀려난 작은 소리들이  따각따각 걸어 들어와  어둡고 찬 바닥에 몸을 누이는 슬픈 골목이 있고,  얼어터진 배추를 녹이기 위해  제 한 몸 기꺼이 태우는  새벽 농수산물시장의 장작불 소리가 있고,  리어카 바퀴를 붙들고 늘어지는  빌어먹을 첫눈의 신음소리가 있고,  좌판대 널빤지 위에서  푸른 수의를 껴입은 고등어가 토해놓은  비릿한 파도소리가 있고,  갈라진 손가락 끝에  잔멸치 떼를 키우는 어머니의  짜디짠 한숨소리가 있고,  한 땀 한 땀 나를 꿰어내던  겨울비의 따가운 박음질소리가 있고,  내 귓속 막다른 골목에는  소리들을 보호해 주는 작고 아름다운  달팽이집이 있고,  아주 가끔  따뜻한 기도소리가 들어와 묵기도 하는  작지만 큰 세상이 있고  약력:1966년 경기도 안양 출생, 부산에서 성장. 2003년 『현대시』 등단. 『산복도로에 쪽배가 떴다』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제1회 질마재문학상 해오름상 수상.  소리들, 만물이 내는 음성들이 다시 나를 존재하게 합니다. 사람과 자연과 사물이 다가오는 방식입니다. 세상을 누비던 소리들이 내 귓가에 닿아 작은 집이 됩니다. 몸속의 골목이 됩니다. 귓속 달팽이집에 담기는 소리들은 짜디짜고 또 맵고 쓰기도 합니다. 그러나 살아있기 때문에 나는 소리들입니다. 크고 또 작습니다. 미세하고 우렁찹니다. 보이지 않지만 부지런합니다. 그것이 세상입니다. 조금만 더 귀 기울여 보세요. 조금만 더 마음을 열어두세요. 기도하는 소리는 모든 고단함을 뚫고 참 따뜻합니다. 노래하는 소리는 모든 절망을 밀고 단풍잎이 됩니다. 물결처럼 밀려오는 그 소리들이 바로 생명의 방식입니다. 나를 키워온 소리를 다시 발견하는 순간, 나는 아주 따뜻한, 아주 미세한 음성을 내고 싶어집니다. 내 몸은 얼마나 아름다운 골목일까요. 김수우/시인, 백년어서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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