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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자락 - 가을밤
  • 작성일 : 2011-12-08 16:18:40
  • 조회수 : 245
  • 작성자 : 나이스중구

조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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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이 변했겠다  마늘에 緣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둘러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 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 줄 마늘꿀절임 같은 당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안에 연못 물 얇아지는 소리가 다 들어앉는다  약력:경북 고령 출생. 1990년[한길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이 있으며,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했다.  우리는 우리 속에 갇힌 것들을 아름답게 숙성시키고 있는 걸까. 땅 밑 흙냄새를 품은 마늘과 꿀벌들이 꽃가루에서 길어 올린 꿀, 그리고 두 해라는 시간과 유리병이라는 장소가 함께 고여 전혀 다른 형질로 바뀐다. 그래서 손과 발이 따뜻하게 데우는 맛이 된다. 삶이란 이렇게 서로 고여 깊은 맛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리라. 그걸 우리는 인연이라 부른다. 서로가 서로에게 내어준 몸뚱이들이 마음들이 결국은 생을 완성시켜주는 것이다. 거기엔 깜박 잊어버릴 정도의 기다림과 믿음이 필요하다. 서로 아프게 부대끼는 시간이 사실 깜박 잊어버리는 시간일 수 있지 않을까. 한참 걸어와 돌아보면 우리 안의 당신들은, 당신 안의 나는 서로 잘 아우러진 성숙한 향기를 내게 되지 않을까. 그럴 때 연못의 물소리가 방안으로 들어앉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리라. 결국 산다는 것은 마늘도 아니고 꿀도 아니면서, 동시에 마늘이고 꿀인 따뜻한 맛을 지니는 일이기에. 아침마다 햇살처럼 기억해내자. 내가 누군가의 가슴 속에서 익고 있고, 내 가슴 속에서 누군가 알뜰하게 익어가고 있으니. 김수우/시인, 백년어서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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