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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우정일기
  • 작성일 :
  • 조회수 : 346
  • 작성자 : 나이스중구

이 해 인

내 마음속엔 아름다운 굴뚝이 하나 있지. 너를 향한 그리움이 하얀 연기로 피어오르다 노래가 되는 너의 집이기도 한 나의 집. 이 하얀 집으로 너는 오늘도 들어오렴, 친구야.  전에는 크게, 굵게 쏟아지는 소낙비처럼 한꺼번에 많은 것을 이야기하더니 지금은 작게, 가늘게 내리는 이슬비처럼 조용히 내게 오는 너. 네가 어디에 있든지 너는 쉬임없이 나를 적셔준다.  소금을 안은 바다처럼 내 안엔 늘 짜디짠 그리움이 가득하단다.  친구야. 미역처럼 싱싱한 기쁨들이 너를 위해 자라고 있단다. 파도에 씻긴 조약돌을 닮은 나의 하얀 기도가 빛나고 있단다.  내가 너를 보고 싶어하는 것처럼 너도 보고 싶니, 내가?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처럼 너도 좋아하니, 나를 알면서도 언제나 다시 묻는 말. 우리가 수없이 주고받는 어리지만 따뜻한 말. 어리석지만 정다운 말.  약속도 안했는데 똑같은 날 편지를 썼고, 똑 같은 시간에 전화를 맞걸어서 통화가 안되던 일. 생각나니? 서로를 자꾸 생각하다보면 마음도 쌍둥이가 되나보지?  나를 보고 미소하는 네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아도, 네가 보내준 편지들을 다시 꺼내 읽어봐도 나의 그리움은 채워지질 않는구나. 너와 나의 추억이 아무리 아름다운 보석으로 빛을 발한다 해도 오늘의 내겐 오늘의 네 소식이 가장 궁금하고 소중할 뿐이구나, 친구야.  비오는 날 듣는 뻐꾹새 소리가 더욱 새롭게 반가운 것처럼 내가 몹시 슬픔에 젖어 있을 때 네가 내게 들려준 위로의 말은 오랜 세월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단다.  아무도 모르게 숲에 숨어 있어도 나무와 나무 사이를 뚫고 들어와 나를 안아주는 햇빛처럼 너는 늘 조용히 온다.  네가 평소에 무심히 흘려 놓은 말들도 내겐 다 아름답고 소중하다. 우리집 솔숲의 솔방울을 줍듯이 나는 네 말을 주어다 기도의 바구니에 넣어둔다.  매일 산 위에 올라 참는 법을 배운다. 몹시 그리운 마음, 궁금한 마음, 즉시 내 보이지 않고 절제할 수 있음도 너를 위한 또 다른 사랑의 표현임을 조금씩 배우기 시작한다. 매일 산 위에 올라 바다를 보며 참는 힘을 키운다. 늘 보이지 않게 나를 키워주는 고마운 친구야. 〈1993〉 ■ 작가 약력  부산 성 베네딕도회 수녀  시집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시간의 얼굴〉  글모음 〈두레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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